”공의로만 재판하라”
15 너희는 재판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할지며
1. 생각과 생각은 자주 부딪칩니다. 판단과 판단은 대부분 부딪칩니다. 욕망과 욕망은 언제나 부딪칩니다. 따라서 누군가 중재를 해야만 합니다.
2. 누가 어떻게 중재할 것인지는 시대에 따라 변천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중재를 위한 권위적인 재판의 개념은 오래 전부터 확립돼왔습니다.
3. 사실 국가의 주요한 기능도 따지고 보면 권위적인 갈등 해결입니다. 구성원 절대 다수가 승복할 수 있는 분쟁 해결은 정당한 권력 기반입니다.
4. 하지만 재판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도 없습니다. 공정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지만 재판하는 사람은 자칫하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5. 레위기는 재판에 관한 분명한 출발점을 강조합니다. “재판할 때 불의를 행하지 말라.” 재판 그 자체가 불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6. 정의의 이름으로 만든 제도가 불의할 수 있다는 생각은 깊은 통찰입니다. 모든 제도가 그렇습니다. 사람 손에 들어가는 순간 그럴 수가 있습니다.
7. 뜻밖의 경각심을 봅니다.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고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라.” 어느 쪽에도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8. 우리는 흔히 가난한 자의 편에 서는 것을 정의라고 쉽게 단정합니다. 그들 편에서 그들 입장을 대변하는 것을 의롭다 일컫는 게 일반적입니다.
9. 그러나 힘 있는 자 편에서 공의를 굽게 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편을 드는 것도 공의가 아니라는 것을 밝힙니다.
10. 참 어려운 얘깁니다. 좌건 우건 입장이 있어야 잘잘못을 가리는 것 아닙니까? 진보건 보수건 관점이 있어야 판결을 내릴 수 있지 않습니까?
11. 아닙니다. 재판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능입니다. 그 권리가 우리 모두의 이익과 합치하도록 조정합니다.
12. 무엇보다 생명의 가치가 균등하다는 전제가 기본입니다. 이 전제를 무시하는 이념과 체제들이 재판의 공정한 기준을 무너뜨렸습니다. 그 결과 공정이 실종되었고, 갖가지 차별이 합리화되었고, 심지어 대량학살이 자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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