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로 넘치는 심문”
61 침묵하고 아무 대답도 아니하시거늘 대제사장이 다시 물어 이르되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
1. 모든 사법절차는 정의와 공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의 사법절차가 언제나 부당함과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은 없습니다.
2. 오죽하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생겼겠습니까? 성경도 곳곳에 구부러진 재판을 언급합니다. 유사이래 재판의 저울은 한편으로 기웁니다.
3. 또한 많은 경우 재판은 이미 예정된 결과를 향해 치닫는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예수님에 대한 재판이 그렇습니다. 사형이 예고된 수순입니다.
4. 때문에 사형에 해당하는 죄목을 찾는 것이 대제사장과 장로들과 서기관들의 목적입니다. 공회는 한번도 모인 적이 없는 한밤중에 모였습니다.
5. 심문이 시작되자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러나 고소한 죄를 증언한 증인들의 발언은 중구난방입니다. 많은 증인들이 증언했지만 제 각각입니다.
6. 심문은 성전모독죄에 집중됩니다.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헐고 손으로 짓지 않은 성전을 사흘 동안에 짓겠다고 한 발언의 진위를 추궁합니다.
7. 사실이 아닙니다. 성전은 곧 돌 위에 돌 하나 남김없이 허물어질 것이고 예수님은 사흘 만에 부활할 것을 제자들에게 예고하셨을 따름입니다.
8. 그러나 예수님은 심문에 대답하는 대신 침묵하십니다. 거짓 증언과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재판 과정을 묵묵히 물끄러미 바라보십니다.
9. 대제사장 가야바를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은 서슬이 시퍼렇습니다. 이제 눈엣가시와 같던 예수님이 고스란히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왔습니다.
10. 의기양양한 가야바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묻습니다. “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느냐? 네가 찬송 받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 하니 맞느냐?”
11. 예수님께서 침묵을 깨고 이 질문에 답해주십니다. “내가 그니라.” 예수님의 선언입니다. 그리스도의 자기선언입니다. 하나님 되심을 밝히십니다.
12.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에 대한 오해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종으로 오신 예수님에 대한 부정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부인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죄인의 시선은 늘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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