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에 자신이 붙고나서 한동안은 빨간 신호등이 싫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나의 갈 길을
가로막는 거부신호에 불과했기때문이었다. 언제나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거역할 수
없는 권위로 나의 의지를 꺾어 놓는 해방꾼인 빨간 신호등을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따라서 신호대기에 걸려있는 시간은 무료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었으며, 가능하면 빨간 신호등이
켜지기 전에 출발하는 습관마저 붙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빨간 신호등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즉, 잠깐 휴식하며 계기판을 들여다보거나 거울 등을 점검하고, 좌우편에서
달려오는 차들을 신호가 바뀐 뒤에도 한번 더 지켜보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운전습관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였다. 요즈음은 인생 여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장애물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해본다. 불쑥 나타나 한바탕 먼지바람을 일으키면서 때아닌 눈물마저 흐르게 하는
사건들이 무의미한 세월의 낭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잠시 머물러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빨간 신호등이라고.
/ 생각하는 믿음 행하는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