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입니다. 아내는 교차로 앞에서 신호가 떨어지면 내게 '좌회전' 혹은 '직진'하며 일러 줍니다.
나는 그때마다 기분이 나빠서 "여보, 가만히 좀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사실 나는 운전할 대 옆에 멋진
외제차가 있으면 거기에 정신이 팔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늘 아내에게 "그래도 신호는 다 보고
있으니까,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라고 말하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8차선 좌회전 차선의 맨 앞에
서 있는데,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아내가 나를 쿡 찌르며 "여보, 좌회전!"하는 것입니다. 사실 나는 그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순간 화가 나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아예 출발을 하지
않고 서 있자, 뒤차들이 빵빵 클랙슨을 울리며 난리가 났습니다. 아내의 얼굴이 벌게지며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내는 그 뒤로 절대 신호에 대해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심 '이제 제대로 교육을 시켰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내의 조언이 사랑의 속삭임이라는 강의를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내의 '여보, 좌회전!'도
똑같은 코드였던 것입니다. 요즘은 아내가 그런 말을 하면 "고마워, 여보!"라고 말합니다.
아내의 충고는 사랑의 노래이며, 거룩한 잔소리입니다. 아내의 조언과 충고를 잘 들어주십시오. 몸은 둘이지만
하나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곳에 행복이 있습니다.
/ 좋은 남편되기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