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포츠Paul Potts는 <브리티시 갓 탈렌트>라는 영국 전역으로 방송되는 인기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주州 챔피언을 거쳐, 심사위원 전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전국 그랜드 챔피언에 등극해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사람이다. 평범한 카폰 세일즈맨인 그는 틈틈이 오페라를 연습하며 언젠가는 파바로티나 도밍고 같은 성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방송국 카메라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폴 포츠는 오페라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불렀는데, 뚱뚱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의 그에게서 상상도 못할 멋진 테너 음성이 터져 나오자 관중들은 미친 듯이 열광하며 환호했다. 이 동영상이 유튜브youtube.com를 통해 전 세계로 순식간에 번지면서 폴 포츠는 일약 돈과 명예를 거머쥐며 파격적인 조건으로 음반까지 내는 행운을 잡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그 다음부터다. 얼마 후, 발 빠른 누군가가 이제는 스타가 된 폴 포츠를 초청해 내한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설교에서 폴 포츠 동영상을 이야기하는 걸 들은 지인들이 티켓을 구해주어서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이 열리는 이화여대 대강당으로 갔다. 입추의 여지도 없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멋진 음악을 감상할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이윽고 무대에 폴 포츠가 등장하고 공연이 시작됐다. 그런데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끝나고 일어서는 나와 지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야릇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하긴 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음악의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곰곰이 뭐가 잘못된 것인지를 생각해봤다. 결국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였다. 아마추어 재주꾼들이 무작위로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의 치밀한 기획과 폴 포츠라는 평범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과 애타는 마음 그리고 의외의 반전과 같은 노래가 주는 감동은 대단했다.
그러나 서울의 청중들처럼 세계 정상급 공연에 귀가 높아진 사람들을 앉혀놓고 라이브로 두 시간을 끌고 간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실력을 요했다. 폴 포츠는 그 정도 기대치를 혼자 다 소화하기에는 아직 아마추어 성악가였던 것이다. TV 프로그램의 극적 편집 효과가 비현실적 기대를 만들어버린 탓이 크다.
나와 친한 성악가 김영미 씨의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폴 포츠와 비교할 때 기본 발성부터 실력 차이가 확연했다. 아마추어는 가끔 가다가 잘하면 박수를 받지만 프로는 항상 잘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아마에서 날고 기어도 일단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면 처음만치 힘든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아유야, 진짜 실력은 폴 포츠처럼 단순히 한 번 오는 기회를 잡아 신데렐라 영웅이 되고 끝나는 게 아니란다. 내공은 기회를 붙잡아 비상한 뒤 계속 하늘에 떠 있는 것이다. 아니 한 번 디딘 계단을 이용해서 더 높은 곳으로 계속 도약해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실력, 진정한 내공은 장거리 경주라고 할 수 있다. 끝없는 업그레이드이며 영원한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지난 20년간 중국이 견지해온 '도광양회韜光養晦'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도광양회, 즉 칼집에서 검광이 새나오지 않도록 꾹 눌러 참고 있다가 유소작위有所作爲, 즉 때가 되면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자존심이 상하고 힘들어도 꾹 참고, 조용하지만 실질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하겠다는 무서운 결심이다. 막강한 국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지만, 아직도 향후 20년은 군사력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다른 각도이긴 하지만 일본도 마찬가지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는 만약 지면 전국민이 옥쇄玉碎할 것처럼 난리를 떨더니 정작 지니까 비굴할 정도로 미국에 무릎을 꿇고 철저한 복종을 맹세했다. 그리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제 회복에 성공해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력을 갖게 되어 새로운 21세기 강대국이 된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막강한 해군력과 공군력을 갖고 있는 일본도 몇 년 전부터 안보 정책 제1순위가 미국과의 동맹으로 굳혀졌다고 한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 앞에선 자존심을 버리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한 후, 조용히 힘을 길러 내일을 기약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남의 성공은 재수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하고, 자기의 실패는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너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하나님을 믿고 크리스천이 된 것만으로 너는 이미 가장 재수 좋은 사람이다. 네가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항상 기도로 대화하며, 그분의 뜻에 너의 뜻을 맞추려고 애쓴다면 너의 인생에도 반드시 축복의 순간들이 온다. 다만 뜻하지 않은 때에 경고하지 않고 들이닥친다. 그 순간을 붙잡으려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네 안에 축적된 능력이 튀어나가야 한다.
/ 순간을 위해 평생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