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를 아는 많은 사람에게 그의 삶을 규정하는 단어를 들라고 하면 분명 '은혜'라고 말할 것입니다. 정말로 아버지는 은혜를 부여잡고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이름'옥한흠'을 '한없이 흠이 많은 사람'이라고 풀어 설명하며 그런 흠투성이 인간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고, 또한 목말라했던 사람입니다. 그러하기에 나는 확신합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초라할 수 없고 더 이상 아플 수 없는 바로 그 자리에서도 하나님이 주시는 '족한 은혜'에 감격하며 그 은혜의 신비를 전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가 평생 전하고자 애썼고, 또한 지금도 전하고 있는 그 '은혜의 메시지'가 변함없이 교회 속에서 선포되도록 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일이 남아 있다면 하나님이 나를 일으키실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가졌던 그 확신이 분명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하나님이 아버지를 일으키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버지를 데려가셨습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육신을 살려 달라고 기도했지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을 아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그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육체가 아닌 정신을 살리기 원하셨습니다. 작은 예수가 되라고 늘 말씀하셨던 아버지의 정신 … . 지금은 작은 예수가 되기를 원하는 그 정신이 작게는 나 자신에게, 크게는 한국 교회 속에 활활 되살아 나기를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 아버지, 옥한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