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 집회에 강사로 초청받아 강의안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강의안 준비에 바쁘다 보니 밥하기가 싫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고 남편을 위해 밥 짓는 일을 귀찮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렸다. 그러데 남편은 차려 놓은 밥보다 라면이 먹고 싶다고 고집을 피웠다. 마음이 조급한 상황에서 남편에게 라면을 끓여 주긴 했지만, 불쑥 화가 났다. 그 후 우리는 3일 동안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집회 날짜는 코앞에 다가오고, 강의안은 미완성이고, 관계는 엉망이고, 기도도 안되고 … . 갑자기 사탄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사과했다. 남편은 자신이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날 점심때부터 속이 안 좋아 맵고 뜨거운 라면이 먹고 싶었다고, 날 잘못 건드렸다가 더 큰 일이 생길까 봐 가만이 있었다고 했다. 내 못된 성질을 건드릴까 봐 눈치만 봤던 것이다. 그날 기도하는데, 너무 부끄럽고 죄송했다. "절 좀 고쳐주세요. 하나님께 치유받았다면서 왜 이 모양인가요?" 그때 심령에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미야, 고쳐 달라고 하지 마라. 죽여 달라고 해라!" 그날 내 인생은 또 한 번 바뀌었다. 우리는 십자가의 구속을 통해 이미 새사람이 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우리 삶 가운데서 옛사람을 벗고 새사람을 입는 것이다. 이것은 성령님의 친밀한 도우심으로 이루어 가야 할 평생의 과제이다.
/ 고쳐 달라 말고 죽여 달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