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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건너기입니다
초등1학년 때 제 눈앞에서 우리집 개가 길을 건너다가
차에 쳐 죽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 저는 길 건너기에 대해
심한 공포증세를 겪었더랬습니다
차가 오면 아무데로나 튀는 이상한 병을 1년쯤 앓았기에
저는 누군가가 손을 잡고 건네주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길 건너는 방법을 터득했는데요
6학년 때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너무 좋았던 것은
대부분이 건널목에 신호등이 있었고
또 친절하게시리 육교까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있어서
가슴 두근거리며 길을 건너야만 했습니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대부분 한가한 도로이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그리 큰 문제 없이 살아왔더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십년전에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
저는 그만 혼절을 할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이 도시에는 신호등이 거의 한 대도 없습니다
길도 안 좁습니다 왕복 8차선 도로 16차선 도로
이런 것도 무단횡단을 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신호등을 만들면 더욱 교통체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라나요?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사선으로 슬슬 걸어가면서 길을 건넙니다
첨엔 정말 죽기보다 싫었는데
어느덧 3박 4일의 일정이 끝나갈 무렵이 되니
저는 정말 길 건너기의 천재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어찌 보면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호등 없는 16차선 도로 횡단보도 건너기 같은 일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받아온 상식과는 전혀 다른, 용납하기 어려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지요
회피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피할 길이 없습니다
정면 승부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지금도 저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매우 망설이며 비비적거리고 있습니다
돌아갈 길이 없을까
나 대신 누굴 보내면 안될까
계속 기다리면 다른 길이 생기지는 않을까
그런데요 어쩔 도리가 없는 겁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 더 많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아서 두려운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지만... 오직 주만 의지하고 나아갑니다
저는 부족하고 어리석으며 비천하고 미련하지만
주님, 주님께서 저를 사용하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손 잡고 계시지요?
주님이 제 손 잡고 이 길 건네 주실 때에
무조건 주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두려움에 눈이 어두워 손을 빼어내어
멀리 도망가지는 않겠습니다
추신 :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건너기
주님 말씀에 의하면 그런 횡단보도가 앞으론 더 많을 거라는데요 ^^
- 조정미의 "주를 향한 굴비통신" 페이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