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아프고만 있다는 사실을 나 스스로가 용서할 수 없었다.
나도 나를 봐 줄 수가 없는 걸 꾹 눌러 참고 있는데 나의 모습을 주위에서 상기시켜 줄 때에는 더 더욱 참기 힘들었다.
병문안 오신 분들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흔히들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지영이 뭐 하고 지내니?"였다.
정말로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열이 40도여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39도로 떨어져서 살맛나고 있는 중이에요
라고 대답할 것인가, 천장에 있는 벽지 무늬를 세고 있어요라고 대답할 것인가, 바쁘고 아까운 시간을 내서 병문안을
오신 분들엑 대한 감사의 마음은 별론으로 하고라도,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여 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이 일을 교훈 삼아 병문안을 가면 뭐 하고 있냐고 절대 묻지 않는다. 뭐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
뭐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다들 바다에 가고 싶고, 운동하고 싶고,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병상에 있어 하지 못하는
일들을 나열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눈이 얼마나 반짝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이의 처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무심코 던지는 말을 그 외에도 많이 들어왔다. 처음엔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젠 그 조차도 나의 소중한 경험의 일부가 되었다.
/ 피아노 치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