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허비하다”
9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
1. 미리 알고 한 건 아닌데 절묘하게 때가 맞아 떨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어쩌면 남다른 예민함 때문인지 모릅니다. 한 여인의 돌발사건입니다.
2. 예수님이 베다니에서 식사하실 때입니다. 한 여인이 값비싼 향유를 가져와 옥합을 깨뜨립니다. 다른 누구에게 다시 쓰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3. 향기가 방 안에 진동합니다. 이 여인은 향유를 예수님 머리에 붓습니다. 발 밑까지 흘러내립니다. 곧 이어 자신의 머리를 풀어서 닦습니다.
4. 당시 여인은 머리카락을 내실이 아닌 곳에서 풀어헤치지 않았습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예수님은 지켜보십니다.
5. 누군가 화가 나서 언성을 높입니다. “왜 이 비싼 향유를 허비하는가? 그걸 팔면 삼백 데나리온은 받을 텐데…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지.”
6. 요한복음은 이 여인이 마리아, 화를 낸 사람은 예수님 제자 가룟 유다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유다는 재정을 맡았는데 돈에 가끔 손을 댔습니다.
7. 예수님은 조용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그녀를 괴롭게 하지 마라. 이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가난한 자는 언제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8. 그리고 뜻밖의 해석을 덧붙입니다. “이 여인은 지금 내 몸에 향유를 부어 힘껏 내 장례를 준비했다.” 아마 마리아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요.
9. 다만 예수님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자신의 전부를 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따지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아깝지 않습니다.
10. 사랑하지 않으면 항상 계산합니다. 손익을 따집니다. 모든 것이 아깝습니다. 허비하는 것이 아닐까 늘 조마조마합니다. 낭비를 보면 분노합니다.
11. 예수님도 허비를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시고도 남은 빵을 버리지 말고 다 거두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이번은 다릅니다.
12. 사랑은 아름다운 허비를 용납합니다. 돈이건 시간이건 재능이건 건강이건 사랑하는 대상에게 아낌없이 쏟아 붓습니다. 그래서 감동하고 그래서 기억됩니다. 예수님께서 알려주십니다. “이 일은 복음과 함께 어디서든지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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