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부다페스트 서부역으로 사역을 나갔을 때 일이다. 예배를 드린 후 서부역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때 역전 계단 한편에 노숙인 아주머니가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이라 덥고 뜨거울 텐데 미동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는 분이었다. 1년 전 급성 간경변증으로 얼굴뿐 아니라 안구까지 짙은 황달이 와서 생명까지 위태로웠던 아주머니였다. 흔들어 깨우니 눈을 뜨고는 바짝 마른 입술로 겨우 말을 했다. “물 좀 주세요!” 구급대에 전화해 도움을 청하고, 병원으로 후송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부역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노숙인 아주머니보다 건강하고 부요하게 사는 수많은 사람이 그곳을 지나다닌다. 그중에는 그리스도인도 있었을 것이다. 한눈에 보아도 깊은 병이 든 사람임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관심을 갖는 이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 중에 소외된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예수의 사람은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
마땅히 베풀어야 할 사랑을 베풀지 않는 손이라면 그 손은 이미 말라 버린 손이다. ‘생명의 떡’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붙들고 사는 우리 모두가 배고프고 서러운 사람들에게 영의 양식과 더불어 육의 양식을 나누기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자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한 뭉치 무화과